국회 공전 9일째인 28일에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때문에 각 상임위는 회의 일정이 잡힌 마지막날인 이날까지도 개점 휴업이었고, 두 당 대변인들은 기자실 마이크를 잡고 상대 당을 손가락질 했다.
국회 파행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여야의 업무 태만과 한심한 정치력의 수준에 기가 막힌다.
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북한산 회담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합의한 게 1월30일이다. 이 문제를 협의할 시간이 무려 3개월이나 있었던 셈이다.
또 두 원내대표가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촌각을 아껴가며 부지런히 협상을 해 이견을 좁혀야 했지만, 협상이 시작된 것은 한나라당 사학법 재개정안이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지난 18일부터였다. 그리곤 몇 번의 원내대표 비공개 회담을 열더니 이날 “더 이상 협상이 안 된다”고 등을 돌렸다.
우리당이 이제와서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대표가 만나 정치적으로 풀어 보자”며 회담을 제의한 것은 우스꽝스럽다. 민생 법안을 볼모로 잡은 채 5ㆍ31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전념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저명한 협상 전문가인 허브 코헨은 ‘협상의 법칙’에서 협상이 성사되는 세 가지 요소를 ‘정보, 힘, 시간’이라고 했다. 김한길,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셋을 모두 가졌는데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4월 국회가 이대로 유실된다면 두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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