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상당 기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회장 1인 중심체제라는 독특한 경영스타일로 인해 의사결정 지연과 국외사업 차질,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며 일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의 구속결정 판단을 존중하더라도, ‘국가 자존심의 원천을 희생시켰다’는 한 외신의 지적에는 착잡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더 이상 회장의 구속을 안타까워하며 그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내외여건의 비상함이 그런 여유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달 중 조지 부시대통령과 GM등 빅3 최고 경영자들이 만나 자동차산업 회생을 국가적 과제로 논의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사상최고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경쟁자들은 질주하는 데 현대자동차만 멈춰 있는다면 2010년 세계 5위 도전의 비전이 물거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다.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현대차의 놀라운 성공의 엔진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구속을 초래한 전근대적 경영의 뿌리라는 사실이 수사과정을 통해 확인되었다.
따라서 정 회장의 부재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시스템 경영체제를 실험하고 구축하는 귀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이라는 리더십 위기를 지배구조의 개혁과 계열사 독립경영의 기회로 삼아 결과적으로 더욱 강력해진 SK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현대차의 심각한 우려와 달리 시장 반응은 차분하다. 대부분 현대계열사 주가들이 폭락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신용평가기관 S&P는 현대차 매출이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정 회장의 사법처리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동차기업, 투명하고 깨끗한 국민기업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데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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