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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박제가와 젊은 그들'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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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박제가와 젊은 그들'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입력
2006.05.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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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머슴처럼 부려먹는 유생을 도태 시켜라. 이들은 농사에 해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농사를 가장 심각하게 망치는 자들이다.” “놀고 먹는 자(사족층)는 나라의 좀벌레다. 이들을 모두 장사하고 무역하는 일에 종사 시켜야 한다.”

조선 시대에 이 같은 극언을 임금에게 직설화법으로 토했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정조와 박제가 사이에 오간 문답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박제가는 서얼 출신이다. 요즘말로 치면 비주류다. 힘도 없고 빽도 없었다. 그 대신 ‘머리’가 있었다. 박제가는 어려서부터 시.서.화에 비상한 소질을 보이며 이름을 떨쳤다. 청년이 되어서는 서얼의 족쇄 탓인지 권세와 부를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그리고 경세론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정조의 총애 속에 규장각 검서관에 발탁됐고 수많은 시무책을 제시했다.

박제가의 첫번째 문제 의식은 ‘찢어지게 가난한 조선’이었다. 조선의 가난 탈출. 그 해법으로 박제가는 상업과 유통을 활성화 하고 수레를 통용 시킬 것, 도량형을 통일하고 도로를 넓힐 것 등을 주장했다. 박제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10년 동안만 이 정책들을 실행한다면 나라의 세금을 감면할 수 있고, 만조백관의 녹봉을 증액할 수 있다고 집권층을 달래 보기도 했다.

박제가의 두번째 문제 의식은 ‘청나라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른바 북쪽을 배우자는 북학론이다. 청나라에 유학생을 보내 선진기술을 배워 조선의 생산성을 향상 시키자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박제가와 젊은 그들’은 박제가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실학파 박지원, 이덕무, 백동수, 홍대용의 사상적 친교를 엮은 책이다. 이들은 학문하는 자의 도리는 가난한 백성을 구하는데 있다고 믿고 학문을 실용이라는 스펙트럼에서 조망한 당당한 비주류였다. 그러나 보호막 역할을 해주던 개혁군주 정조가 49세에 급서하자 ‘젊은 그들’도 꿈을 접어야 했다.

백성들의 배를 채운 후에 공맹의 도리를 설파 하는 게 옳다고 본 240여년 전 이들의 문제의식은 양극화의 고통을 겪고 있는 오늘 더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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