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것인가, 보유할 것인가.’
‘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 중과가 현실화함에 따라 서울 강남의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8ㆍ31 대책’에 따라 시행에 들어간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인상안은 ‘가진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는 세간의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또 한편에서는 급격히 늘어난 세금 부담으로 조세저항까지 일어나고 있다.
올해(1월 1일 기준) 주택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대폭 오른 것으로 발표된 뒤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 서울 강남 등지의 주택 소유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6억 초과 고가 주택이라도 집이 한 채 뿐인 강남 원주민인 경우,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 집을 갖고 있기도 부담이고, 1가구 비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 노년층들의 불만도 크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G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저층 재건축 아파트나 20년 이상된 중층 아파트에는 재건축 추진 등으로 집값만 떴지 실제 사는 수준은 중산ㆍ서민층인 사람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36평형에서 23년째 살고 있는 양대현(61)씨는 “언론에 보도된 올해 예상 보유세를 보니 지난해의 2배가 넘는 350만원에 육박한다”며 “퇴직 후 남은 재산이라고는 이 집 한 채가 유일한데 세금이 무서워 집을 팔아야 할 일도 생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일각에서는 “세금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다 팔고 강남을 빠져 나갔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 조치로도 시장은 별 큰 요동이 없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은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2009년까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어 아직 속단키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세 부담이 커질 경우 매물이 늘고 자연스레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와 개포동 주공 저층단지 등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어서면서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 주택의 경우 매도와 보유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내야 할 삼성동 아이파크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집주인들도 적잖이 세금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몇십억짜리 집을 살더라도 대기업 중견 직원 1년치 연봉 수준인 4,000만~5,000만원을 보유세로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지난달만 하더라도 매도 문의조차 없던 단지들에서 문의전화가 들어온 것만 봐도 보유세 영향력이 적잖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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