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윤이상의 이름으로 만났다. 4월29일 저녁 금강산 온정각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금강산 윤이상 음악회는 음악으로 민족 통일에 이바지하고 싶어했던 윤이상의 뜻을 잇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음악회는 평양 윤이상관현악단을 금강산으로 초청해 연주를 듣는 형식으로 마련됐고, 남측에서는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악단인 TIMF앙상블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참가했다. 평양 윤이상관현악단이 남측 관객들 앞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남북 음악인이 한 무대에 서기는 2000년 조선국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의 서울 합동 공연이후 6년만이다.
평양 윤이상관현악단과 북측 성악가들은 실내악곡 ‘협주적 단편’과 가곡 ‘고풍의상’ ‘달무리’ 등 윤이상 작품을 연주했다.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 중 1악장, 북한 음악으로 기악9중주 ‘즐거운 무도’와 민요풍의 흥겨운 노래 ‘토장(된장)의 노래’ ‘금강산타령’ 등도 연주했다.
평양 윤이상관현악단은 윤이상이 생전 직접 북한을 오가며 지도한 단체답게 윤이상의 곡 ‘협주적 단편’에서 놀랄 만큼 명료하고 빼어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음 하나 하나의 고유한 생명력과 흐름을 강조하는 윤이상 음악의 까다로운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에서 이들은 독보적인 수준을 과시했다.
TIMF앙상블은 파헨벨의 ‘캐논과 지그’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윤이상의 초기가곡 ‘편지’와 ‘추천’을 소편성 국악 관현악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이날 음악회는 윤이상의 삶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물 ‘용의 귀환’ 상영에 이어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행사 관계자들과 남측의 금강산 관광객 등 500여명이 객석을 지켰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북측의 리종혁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리일남 윤이상음악연구소장 등도 참석했다.
금강산=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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