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부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과정에서 빈국들의 이해를 무시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은 26일 ‘재앙의 비결:도하 라운드는 발전을 이룩하는데 실패할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로 알려진 WTO의 무역자유화 협정은 2001년 관세와 정부보조금 등의 장벽을 없애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국의 농업시장은 충분히 개방하지 않은 채 빈국의 산업 및 서비스 부문의 시장접근을 허용하도록 지나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49개 WTO 회원국들이 2006년 말까지 무역자유화 협정 체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 관련, “개도국들은 부국들이 이 같은 협상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협상과정에서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도국들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시한에 구애 받지 말고 새로운 협상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특히 향후 3개월 안에 요구사항의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빈국들은 올해 안에 이 협상을 타결하지 말고 계속 협상하라고 강조했다.
개도국들은 성장과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려면 변화하는 무역환경에 따라 관세를 신축적으로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WTO 협상은 이 같은 신축성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옥스팜 대표인 제레미 홉스는 “빈국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이 궤도에서 벗어나 부국들을 위한 협상으로 바뀌었다”며 “협상이 타결되면 빈국에서는 대량 실업자가 양산되고 농업 생산품의 수출길이 막히는 등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롭 포트먼 대변인은 “농업 관세를 낮추는 것이 빈국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업 생산품의 70%가 개도국에서 온 것이라는 걸 이 보고서는 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영국 옥스퍼드의 주민들이 나치 치하에서 고생하는 그리스인을 구호할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벨기에 등에서 전쟁 난민 구호에 앞장서면서 국제적인 단체로 자리잡았다. 80개국에서 2만8,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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