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을 놓고 당청간 파열음이 터지면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상처를 입으리란 생각에 말을 아끼며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의원들의 불신은 냉소에 가까울 정도다. 더구나 이번 파문의 이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친 초당적 국정운영구상에 대한 우리당 의원들의 집단반발이 숨어있다. 집권여당의 수장이자 여권의 유력한 차기대권주자라는 정 의장의 정치적 입지가 현 상황을 수습하는 데 여러 고민을 부르는 것이다.
정 의장은 당장 여야가 극한으로 맞서고 있는 4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노 대통령이 3ㆍ30 부동산대책입법 등 민생법안 처리가 급하다며 여당에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수용하라는 권고까지 해 민생법안 처리는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실력저지를 공언한데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까지 반대해 민생법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파행으로 처리가 무산될 경우 정 의장은 “정체성 수호 등 명분에 매달려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날 아침 날씨가 나빠 4번이나 미룬 끝에 어렵사리 독도를 찾은 정 의장이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2일 본회의 준비상황 등을 점검하며 고삐를 죈 것도 이런 절박함이 읽힌다.
그러나 정 의장의 더 큰 고민은 지방선거 이후다. 지방선거 성적이 좋지않을 경우 정 의장은 청와대에 대한 당내의 노골적인 불만등 훨씬 심각한 당청갈등 상황을 다루어야 한다. 어쩌면 정 의장이 차기 대권 입지를 위해 스스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청와대와의 관계에선 여전히 강온 양론이 교차한다. 한 측근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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