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경제인협회(FCEM) 총회를 계기로 우리 여성 기업인들이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성경제인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여성경제인협회(FCEM) 서울총회 조직위원장 정명금(59)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1일 “FCEM 총회는 세계 여성경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축제의 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막을 올린 총회는 61개국에서 700여명의 여성 기업인이 모인 최대 규모의 여성경제인 행사다.
정 회장이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남성들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통해 비즈니스를 성사시켜 나간다”며 “이처럼 네트워크는 중요한 사업 밑천인데 여성들은 좀처럼 뭉치지 않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성경제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같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과 협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3일까지 진행되는 총회에서는 기업 박람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회원간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자리다. 정 회장은 “이번 총회는 여느 국제회의처럼 ‘밥만 먹고 인사만 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사꾼들이 모였으니 친목만 도모할 게 아니라 장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2004년 말 현재 우리나라 기업 중 여성기업은 전체 40%에 육박하는 114만7,000개로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며 “그러나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운데 42%는 여성으로, ‘생계형’ 영세업자가 대부분이다. 협회는 그래서 올해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세우고 창업 컨설팅과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또 “여성 사장이 은행에 대출 받으러 가면 남편의 보장을 요구하는 세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남성들과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처럼 정부에서 여성기업을 약자기업으로 인정, 공공기관의 정부조달물품 중 여성기업 제품을 5%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하는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미국과 비슷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1977년 연합회로 출발한 협회는 1999년 말 중소기업청 산하 사단법인으로 인정 받으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정부지원을 받고 회원숫자도 250명에서 1,400명으로 불어나면서 회장은 정치적으로 매력 있는 자리가 된 게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잡음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연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조직 내 불협화음을 치유하겠다”며 “후임자에게 안정된 조직을 인계할 수 있도록 공정한 회장선거 관리에 온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1988년 대구청과시장 거래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구중앙청과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20년 가까이 꾸려온 ‘베테랑 여성기업가’ 인 정회장은 “나는 평생 타고난 장사꾼”이라며 “임기가 끝나면 협회일 때문에 게을리 했던 회사 일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