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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크로니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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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크로니 신자유주의

입력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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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경제위기와 함께 우리사회에 새로 도입된 용어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크로니 자본주의’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정경유착과 같은 정실에 의한 ‘정실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월스트리트와 미국 재무성,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 한국경제의 병명이다.

사실 이들은 그동안 한국경제를 제3세계의 성공사례로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그 원인으로 박정희 식의 국가주도형 산업화전략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한 당사자들이 갑자기 입장을 표변해 국가주도형 경제를 경제위기의 원인인 관치경제, 크로니 자본주의라고 비판하며 시장경제와 미국 식의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를 처방으로 제시한 것이다. 웃기는 일이다.

●IMF 구조조정 때도 정경유착 여전

물론 1997년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가능하다. 어?든 김대중 정부는 IMF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국영기업의 민영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재벌개혁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같은 개혁이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아니라 또 다른 정실주의와 정경유착에 의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동화은행이 퇴출되고 신한은행에 합병되어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동화은행의 간부급 10명은 재고용이 됐는데 그들은 자민련 부총재, 전 경제부총리, 전 국회의장, 은행감독원 고위직의 친인척이었다. 특히 DJ의 친인척인 이형택씨는 승승장구하며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하다 쇠고랑을 차야 했다.

현대도 좋은 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투자신탁의 경우 모두 도산시켰지만 DJ의 고향인 호남을 기반으로 한 한남투신만은 현대가 막대한 적자를 무릅쓰고 인수해 살려냈다.

그 대가인지 모르지만 반도체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빅딜에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시장논리로 볼 때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화근이 되고 말았다.

결국 한남투신 인수에 따른 막대한 적자,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의 자금난, DJ정부와 코드를 맞춘 금강산 관광에 따른 적자 누적 등으로 현대그룹은 엄청난 위기를 겪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사실들을 목격하면서 1999년에 낸 ‘신자유주의시대의 한국정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우려스럽게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한국적 특징인 정경유착, 연고주의와 결합한 크로니 신자유주의 내지 정경유착형 신자유주의로 나가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경쟁의 원리에 의해 그 나름의 효율성 제고 등의 결과를 가져온다면, 우리의 신자유주의는 구조조정마저도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아니라 정경유착과 연고주의에 의해 이루어짐으로써 부작용만 가져오고 ‘신자유주의적 장점’은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결국 크로니 국가주의가 크로니 신자유주의로 변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한국경제의 비극적 현주소

최근 외환은행의 해외매각을 둘러싼 ‘론스타 게이트’는 이 같은 우려가 얼마나 올바른 것이었는가를 생생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론스타 게이트는 그간의 한국자본주의를 관치경제이자 크로니 자본주의라고 비판하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이들이 비판해온 정경유착과 크로니주의를 그래도 답습한 크로니 신자유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로라하는 경제관료들과 금융관계자들이 외환은행을 헐값에 론스타에 매각하여 천문학적인 수익을 그들에게 보장해주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었던 모습들을 검찰의 조사를 통해 전해 듣고 있노라면 정말 구역질이 난다. 크로니 신자유주의, 한국경제의 비극적인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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