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주목받고 있다. 환율변동에 무관심한 경제는 없겠지만 언론매체를 통해 나타나는 환율변동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경우가 남달리 커 보인다. 경제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점이야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걸리는 것은 가끔씩 관심의 과도가 부분적 사실의 과장을 낳고, 정당화되기 어려운 정책 요구나 불필요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예가 있다는 점이다.
●IMF 전엔 환율 오른다고 걱정
대표적인 것은 환율변동의 국민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다. 1996년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난 때가 있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상승 압력을 낳았고 실제로 1997년 들어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환율상승이 국민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주장이 늘어났다.
기업의 환차손이 커지고 달러화로 평가된 국민소득이 하락하여 대외구매력이 감소한다는 지적이 등장하였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기사가 많았던 기억도 있다.
반대로 최근 환율이 하락하자, 이제는 수출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수출포기 환율’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수출 위축으로 경기상승 지속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율이 올라도 걱정이고 내려도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어떻게 이처럼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일까?
환율변동은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격이 변화하는 현상이다. 모든 가격변동이 그렇듯이 손해를 보는 이도 있고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달러화로 소득을 벌어들이는 경제주체는 손해이지만 원화가 소득단위인 경제주체는 이익을 본다.
전자는 수출기업에 해당하고 내수기업과 소비자들이 후자에 속한다.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하락하겠지만 내수기업의 수익성과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증가한다. 그래서 환율하락은 수출에는 적신호이지만 내수와 소비에는 청신호이다.
이처럼 환율의 분배효과가 경제주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한쪽만을 반영하여 국민경제에 대한 효과를 이야기하게 되면 부분과 전체를 혼동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특히 환율이 오를 때는 환율상승에서 손해를 보는 쪽, 환율이 하락할 때는 그 반대에 놓인 집단을 부각하여 논리를 전개한다면 논리왜곡이라고 비판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분배효과는 엇갈리므로 환율변동의 국민경제적 효과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미치는 효과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병’이라는 말이 있다. 1970년대 네덜란드 근해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된다. 가스 수출로 네덜란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호황을 누리게 된다.
더불어 네덜란드 통화의 환율이 하락한다. 환율하락의 근원이 수출제조업이 아니라 자원수출 증가에 있었으므로, 수출제조업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한다.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었고 장기적으로 네덜란드 경제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환율하락이 장기적 관점의 자원배분 효율성을 저해한 경우이다.
●수출 타격 있지만 내수엔 긍정적
현재 우리 경제의 환율하락은 어떠한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수출산업의 장기호황과 내수산업의 부진을 겪었다. 이에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양극화를 문제로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상장 수출기업의 경상이익률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두 배 가량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내수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는 하락을 거듭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 환율이 하락하면서 내수 회복 여건이 조성되는 것을 문제삼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수출기업은 생산성 향상 압력에 직면하겠지만 세계화 시대에 달리 피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만사 ‘과유불급’이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환율변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마찬가지다.
신인석 KDI 경제전망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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