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전국을 뜨겁게 달군 축구 열기를 보며 땅덩어리는 작지만 우수한 인력과 응집력, 그리고 돈과 기술을 가진 한국이야말로 우주 개발을 하기에 적합한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과학지식 보다 홍보대사 능력
그 때문에 최근 들리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뉴스는 반갑다. 지정학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운 러시아는 유인우주선을 저렴한 경비로 운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최근 항공우주연구원이 러시아와 맺은 기본계약은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우주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한국의 우주 개발에 두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우주인 선발에 관한 것이다. 우주인은 선발된 후 몇년간 고된 훈련을 받은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우주를 다녀온다. 하지만 우주인의 진짜 임무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나 미국의 닐 암스트롱, 버즈 알드린 등은 우주를 다녀온 뒤 ‘우주인’이라는 직업으로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30년이 넘도록 대중 앞에 나와 미지의 세계에 다녀온 경험을 들려준다.
따라서 우주인 선발은 단순히 과학지식이나 조종 실력으로 판가름지을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사람이 우주인이 돼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 우주의 신비를 얼마나 실감나게 설명할 수 있을지, 또 일반인에게 자신이 느낀 감동을 잘 전달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상당수의 우주인은 직업이 파일럿이었던 까닭에 과학이나 이론에는 강할 지 몰라도, 우주의 감동을 일반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숱한 우주인이 우주를 다녀왔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대중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비행기 한 번 타 본 일 없는 소설가가 우주인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우주선이 발사될 때 느끼는 중력의 무게감이나, 우주 공간에서 체험한 무중력 등을 잘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우주인을 미지의 공간으로 보내는 것은 무척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에 대해 과도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우주에 내보내는 일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우주인을 내보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들은 엄청나게 많다. 우주 개발이 다른 별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것 이상으로 무인탐사기나 우주망원경 제작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즉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개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첫 단추일뿐, 과도한 기대 버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개발은 조급증을 버리고 광대한 우주만큼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우주 개발은 첫 단추만큼은 훌륭하게 끼워지고 있다. 우주가 가까운 장래에 한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ㆍ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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