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앞세워 세계 소매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이 지리적으로 미국 동부해안지방에 쉽게 수출할 수 있는 바렌츠해에 위치한 슈토크만 가스전을 이용, 미국과 유럽, 중국에 거대한 소매망을 구축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매 이윤이 도매보다 훨씬 큰 데다 크렘린이 추진하는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에도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가즈프롬은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2,660억달러(약 257조원)로 불어나 세계 4대 기업이 된 세계 최대 석유ㆍ가스 생산자이자 최대 수출기업이다. 유럽이 소비하는 가스의 25% 이상을 공급해 ‘에너지 차르(황제)’로 불린다.
슈토크만 가스전은 유럽연합(EU) 전 회원국이 7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인 3조6,000억㎥의 천연가스를 갖고 있으며 초기 투자비용만도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개발 참여업체를 고르기 위해 지난해 미국의 셰브론과 코코노필립스, 노르웨이의 노르스크 하이드로과 스타토일, 프랑스의 토탈을 예비후보로 선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즈프롬은 또 영국 최대 가스공급사인 ‘센트리카’를 인수하는 문제를 놓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센트리카 인수를 막기 위해 영국 정부가 법 개정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알렉산드르 메드베예프 가즈프롬 부회장은 25일 “영국 정부가 개입해 인수가 무산될 경우 유럽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향후 가스공급을 (유럽 대신) 중국과 아시아 신흥경제국에 돌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7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회담하기에 앞서 “유럽이 우리의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선을 제한하려 한다”며 “이런 불공정한 경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바꿀 수 있다”고 가세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안으로 119억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채권국에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가즈프롬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5일 그리스 방문길에 “러시아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며 가즈프롬의 최근 움직임을 견제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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