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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밥 안 먹는 우리 아이 혹시 충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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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밥 안 먹는 우리 아이 혹시 충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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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9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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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싫어!”올해 4살 된 호성이네 집은 오늘도 아침부터 난리다. 밥을 안 먹겠다고 버티는 호성이를 두고 엄마는 타이르다 못해 윽박지르기까지 하고 있지만 호성이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밥을 거부하고 있다.

호성이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밥을 잘 먹었던 아이인데 몇 달 전부터 밥 먹는 양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밥을 아예 안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엄마도 처음에는 ‘밥 먹기 싫다고 버티는 애들이 많다더니 호성이도 드디어?’라는 정도만 생각했다. 그런데 호성이가 밥을 거부하는 정도가 심해지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호성이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이러다 영양실조라도 생기면 어쩌지?’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부모와 아이가 벌이는 ‘식탁 위의 전쟁’이 흔한 모습이 됐다. 인스턴트 음식에 치중된 편식, 생활 습관 등이 아이들을 밥에서 멀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유가 그것 하나 뿐일까? 아이들도 그 나름대로 밥을 먹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럴 때는 아이의 입 안을 한번 들여다 보자. 식습관의 문제 뿐 아니라 부모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치과 질환 때문에 아이들이 밥을 못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젖니 충치 조심!

의외로 충치 때문에 밥을 먹기 힘들 정도로 아픔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젖니는 2~3세부터 나기 시작해 영구치가 나오기 전인 7세 정도까지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 젖니가 영구치에 비해 유기질이 많아 산 등의 영향으로 충치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젖니의 충치는 영구치와 달리 초기에 별다른 자각 증세가 없이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젖니에 충치가 생겨 상아질까지 침범하게 되면 그 부위의 신경섬유가 자극을 받아 차가운 음식, 신 음식, 단 음식을 먹으면 시리고 아픈 통증이 오게 된다. 또 상아질 대부분이 썩게 되면 그 아래 신경과 혈관이 많이 모여있는 치수에 세균이 침입하게 되면서 치수염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통증은 매우 극심하며 진통제를 먹어도 별 효과가 없게 된다.

때문에 분유를 먹는 아기들은 모유를 먹는 아기보다 양치질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분유가 모유보다 당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분유를 먹는 아기의 25%에서 충치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 부모 중에는 ‘젖니는 어차피 빠질 치아인데’라고 생각해 충치를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젖니는 아이가 밥 먹는 것을 방해해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턱뼈의 발육, 정확한 발음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

◆ '손 가락 빨기'가 밥 거부를 유발?

윗니,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을 경우에도 아이들은 밥 먹기를 힘들어 할 수 있다. 윗니, 아랫니 위치가 어긋나는 부정교합은 아이들이 음식물을 자르고, 물어뜯고, 으깨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딱딱한 음식을 피하면서 부드러운 음식만 찾게 되고 이것은 영양 섭취 불균형으로 이어져 성장 발육을 더디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의 손 가락 빠는 버릇이다. 이는 윗턱의 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와 입을 다물어도 윗니, 아랫니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공간이 생기는 ‘개방교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개방교합이 문제인 이유는 이렇게 됐을 때 음식물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목에 통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정상인은 입을 다물고 혀끝을 앞니 뒤의 잇몸 쪽에 댄 상태에서 음식물을 삼키게 되지만 개방교합인 상태는 마치 입을 벌리고 음식물을 삼키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음식물을 넘기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된다. 때문에 이런 개방교합이 생긴 아이들은 몇 차례 노력을 하다가 결국 음식물 먹기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손가락을 빤다고 해서 모두 개방교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는 손가락의 위치, 손가락 빨 때의 아래턱 위치, 안면 골격의 형태, 빠는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또 손가락 빨기 외에도 젖니에 충치가 있는 경우, 젖니를 일찍 뽑게 되거나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 노리개 젖꼭지를 항상 사용하는 경우, 입술을 빨거나 무는 버릇 등도 각종 부정교합을 유발시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아이에게 뽀뽀하면 입 병 옮겨요

치아에 아무 이상이 없는 데도 아이들이 밥 먹기를 꺼려 한다면 입 안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우선 아이들이 잘 걸리는 입안병으로는 입안, 혀 등에 물집이 생겼다가 팥알 크기의 궤양으로 발전하는 아프타성 구내염이 있다. 이 염증이 심하면 매운 것, 짠 것, 뜨거운 것 뿐만 아니라 물만 먹어도 아플 수 있다. 이 구내염은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 잘 생기며 생기고 1~2주일 후 자연히 낫지만, 1~3개월 간격으로 재발하기도 한다.

또 여름철 아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병으로는 아프타성 인후염이 있다. 이 병은 갑자기 고열과 함께 목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물집이 터져 헐어버린다. 심하면 목이 아프고 음식물을 삼킬 때 통증이 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면 자연 치유되고 재발되지 않는다.

또 어른들이 아이가 예쁘다고 입에 뽀뽀를 했다가 아이에게 입안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는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단순포진으로 입술에 쌀알 만한 크기의 물집이 무리지어 생기거나, 입안에 염증을 발생시켜 여러 군데를 헐게 만들어 음식을 먹는데 어렵게 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도움말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최병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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