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이란 핵문제가 핫 이슈지만 정작 이란에서는 6월 독일 월드컵이 최대 관심사이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대회 기간 중 독일 경기장을 직접 찾아 대표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표팀의 훈련도 직접 지휘할 정도로 열렬한 축구팬이다.
축구가 이란에서 국가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등장하자 여성의 ‘축구참여’를 철저히 거부하는 이슬람식 사회전통도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여성의 축구 관전이 핵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다고 27일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은 남성 신체가 일부 노출되는 축구 경기장 입장이 금지됐다. 여성의 축구관전 금지는 여성이 외간 남자의 몸을 쳐다보지 못하도록 한 이슬람법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은 여성 체육기자나 여성 귀빈들로 제한됐다.
최근 축구 열기가 확산되자 이 문제는 개혁_보수파 간에 논쟁거리로 비화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4일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여성도 경기장에 앉아 관전을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혼 여성들은 ‘혜택’에서 제외하고, 또 경기장 내 정해진 특별구역에서만 관람토록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이나마 과거와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대통령이 주도한 ‘축구 개혁’은 종교지도자(아야톨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랜드 아야톨라인 파젤 라카라니는 “여성이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도 남성의 몸을 보는 것은 금지된다”며 대안으로 선수와 관객이 모두 여성인 별도 경기장 건설을 제시했다. 또 다른 그랜드 아야톨라 나세르 마카렘 쉬라지는 “집에서도 TV로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데, 여성과 가족을 위한 경기장이 왜 필요하냐”고 비난했다. 그는 종교계와 상의 없이 조치를 내린 것에 놀라움을 표명한 서신을 대통령에게 보내 현재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에서 엄격한 율법을 강요하는 이란 정부는 남자 선수들이 축구선수보다 더 짧은 운동팬츠를 입고 있는 농구, 배구에 대해서는 실내스포츠라는 이유로 여성의 경기 관전을 허용하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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