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36). 2004년 7월 검거. 2003년 9월부터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1년 여 동안 서울 강남과 서대문, 종로 등지에서 부유층과 윤락 여성 등 21명을 살해. 시체를 불태우거나 토막 내 암매장.
정모(37)씨. 2006년 4월 검거. 2004년 2월부터 2년 여 동안 서울 구로, 관악, 영등포, 금천 일대에서 10여명의 부녀자 등을 성폭행하고 5명을 살해.
김모(31)씨. 2006년 4월26일 검거. 서울 서대문과 마포, 용산 일대에서 부녀자 13명 연쇄 성폭행.
최근 살인ㆍ강도ㆍ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연쇄 강력범에 대한 관심이 새삼 일고 있다. 연쇄 범죄는 장기간 비슷한 수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연쇄 범행이 나타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범인의 ‘행동 중독’을 꼽는다. 강력 범죄를 저질렀지만 곧바로 적절한 처벌이 따르지 않자, 범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무감각해 지기 쉽다는 것이다. 무감각해진 행동은 다시 자체 학습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고, 어렵지 않게 상습화한다.
특정 행동이 중독에 이르기 위해서는 알코올, 마약 등과 같은 약물에서처럼 행위에서도 강렬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대 대학원 이수정 교수는 “범죄의 경우에도 범행을 하기 직전에는 긴장하고, 범행 후에는 이완의 과정을 겪는다”며 “이 두 심리상태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면서 약물 못지 않은 묘한 쾌락과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붙잡힌 연쇄살인 용의자 정모(37)씨가 경찰에서 “범행 직후 만족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생물학적 차원의 분석도 있다. 이른바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접근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신 이상과는 달리 사이코패스는 겉은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로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여기에 해당한다”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반응하든 개의치 않고 범행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 범인은 잡히기 전까지는 범행을 계속한다. 유영철이 경찰에 체포된 뒤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은 더 죽였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전두엽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후천적으로 사고를 당해서 전두엽이 손상돼 타인의 감정에 무딘 것이 특징이다.
연쇄범의 잦은 출현 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은 사회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이수정 교수는 “영화 ‘공공의 적’에서처럼 상속이나 원한 관계에 있는 범행은 목적을 달성하면 그치는 ‘일회적 범죄’의 특성을 보이지만, 연쇄범은 행위 자체가 목적인 경우(이상동기범죄)”라고 말했다. 사회의 양극화에 따라 느슨해진 구성원들간의 연대, 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상현 교수는 “범죄를 거듭할수록 범행 수법이 진화하게 돼 있고, 그럴수록 경찰의 검거율도 떨어지게 된다”며 “연쇄범죄의 고리를 빨리 끊기 위해서는 초동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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