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이어서 정부의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 박모(44ㆍ경기 수원)씨는 불면증, 두통, 소화 장애 등을 호소하며 지난 1년 동안 무려 1만2,000건, 3,200만원 어치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 받았다.
박씨는 정신과 병원 보조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당국에서는 박씨가 증상을 가장해 약을 지은 뒤 이를 빼돌린 것이 아닌지 실태를 파악 중이다.
전북 김제시에 사는 이모(75·여)씨는 지난해 306일간 하루 평균 5개 의료기관을 돌며 5,961일치의 약을 처방받는 등 총 진료일수(입원, 외래, 투약일수를 합한 것)가 7,941일에 달했다.
정부가 지급한 이씨의 총 진료비는 2,803만원이었다. 경북 경주의 모 의원에서 의료급여로 31회, 43만원의 진료를 받은 이모씨는 김모씨의 의료급여증을 빌려 썼지만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국고로 지불되는 의료급여의 남용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관리에 나선다. 복지부는 27일 “특별실사대책반을 운영해 허위·부당청구가 있는지 밝혀내고, 의료 남용 가능성이 있는 수급권자는 집중관리토록 하는 등 의료급여제도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의료기관 중에서 입·내원일수, 청구액, 처방일수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관을 실사, 허위·부당청구가 있을 경우 업무정지 과징금징수 면허취소 등 기존의 행정처분 외에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특히 한 개의 처방전으로 2회 이상 약을 조제한 사례를 집중 조사키로 했다. 또 의료이용일수가 500일이 넘는 수급자 28만명을 중심으로 실태를 파악해 과잉·부적정 이용자의 경우 리스트를 작성, 집중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조사권을 위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지방비를 부담하지 않았던 서울시·광역시의 구 단위 지방자치단체에 지방비를 출연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복지부 이상석 사회복지정책본부장은 “본인 부담이 전혀 없는 1종 수급자의 경우 1인당 연간 진료비(273만원)가 건강보험 가입자(53만원)보다 5배 이상 많은 등 문제가 커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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