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LPL)가 경기 파주 클러스터에 건설해오던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공장이 완공돼 어제 준공식을 가졌다. 경기도와 LPL이 2003년 2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3년여, 이듬해 1월 기공식을 가진 지 2년여 만의 결실이다.
삼성전자의 충남 아산 탕정단지 LCD공장에 이은 LPL 파주공장의 준공으로 우리나라는 대만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600억달러 규모의 세계 LCD 패널시장에서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산업적 의미도 귀중하지만 더욱 감회가 깊은 것은 결코 짧지 않은 공장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갖가지 갈등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이해 세력들이 상생하는 ‘윈-윈 게임’의 전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휴전선에서 불과 10㎞ 떨어진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이번 공장을 필두로 2015년까지 27조원을 들여 140만평(LCD공장 50만평, 협력단지 60만평, LG계열사단지 30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직접적 고용효과만 4만2,000명에 달하는 사업이다.
그런 만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을 것 같지만 곳곳에서 암초와 부딪혔다. 힘들여 외자를 유치하고 물류와 부지확보 등을 감안해 파주를 입지로 정한 후에도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규제, 군 작전성 협의, 환경영향평가, 광역교통대책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하고,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손학규 경기지사 등은 ‘길이 막히면 대안과 양보의 새 길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관계부처와 이해집단도 ‘일이 되는 쪽으로’ 발상을 바꿔 최선의 성과를 일궈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기업 행사인 이날 준공식에 이례적으로 참석,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양보하고 마음을 모아 이룬 것이 오늘의 준공이며 여기에 국민의 저력,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한 것은 적확한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들의 ‘탈 한국 러시’로 21만개의 일자리가 중국에 넘어갔고 향후 10년간 36만개의 일자리를 더 뺏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꺾는 유일한 길은 ‘LPL 파주공장’의 경험을 여기저기서 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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