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산층이 건강ㆍ의료 분야에서부터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소득수준이 중하층(연간소득 2만~4만달러)에 속하는 미 성인(19~64세) 중 건강보험 미가입 경력자가 2001년 28%였던 데 비해 2005년엔 41%로 13%포인트나 급격히 늘어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 같은 결과는 미 의료정책재단 ‘커먼웰스 펀드’가 미 성인 4,35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해 나온 것이다. 미가입 경력자는 해당 연도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또는 지금까지도 건강보험에 들지않은 성인을 포함한다.
미 전체 성인의 경우 건강보험 미가입 경력자가 2001년 24%에서 2005년 28%로 4%포인트 증가한 것에 비추어 보면 중하층의 ‘건강 몰락’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또 광의의 중산층에 속하지만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중상층(연간소득 4만~6만달러)의 건강보험 미가입 비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18%로 늘어나 전체수준과 비슷했다.
저소득층(연간소득 2만달러 미만)의 경우는 49%에서 53%로 4%포인트 늘었다. 유독 중하층 미가입자 비율의 증가가 두드러진 것은 이들이 건강ㆍ의료 분야에서 진행된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커먼웰스 펀드’의 한 선임 연구원은 “건강보험의 위기가 소득 중간층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재단의 카렌 데이비스 의장은 “미국의 전체 외형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은 미국 사회에 심각한 경종”이라고 우려했다.
건강보험 미가입은 악순환 고리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미가입자는 만성적인 천식이나 당뇨를 앓고 있더라도 59%가 약을 거르거나 아예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들 중 3분의 1 가량은 응급실에 실려 오는 등 병원신세를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가입자의 41.1%는 비용 때문에 의사와 상담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러다 병을 키우면 오히려 의료비용이 늘어나게 돼 미가입자의 절반 이상은 의료비 지불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 생산성에 이어 결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른바 ‘자기책임 사회’를 강조하면서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도 국가의 책임 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선택에 맡기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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