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사태로 국내 스포츠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검찰이 27일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아마와 프로를 막론하고 체육계에 ‘쓰나미급 후폭풍’이 불고 있다.
현재 현대차 계열 프로 스포츠단에는 야구 KIA 타이거즈, 축구팀 전북 현대, 농구 울산 모비스, 배구 현대캐피탈 등이 있고 아마추어 종목에서는 여자축구팀 현대제철, 정몽구 회장이 협회 명예회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협회 회장과 아시아양궁연맹(AAF) 회장을 맡고 있는 양궁이 있다.
정 회장에 대한 구속 방침으로 가장 큰 불똥이 튄 곳은 프로축구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모기업인 전북 현대구단은 초상집 분위기. 27일 베트남 다낭과의 AFC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1-0 승리를 거뒀지만 선수단은 28일 새벽 조용히 입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심지어 한국대표로 출전한 AFC챔피언스리그 잔여경기 포기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구단의 한 관계자는 “전기리그 막판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많은 걱정을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모든 구단 운영이 위축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은 전기리그 2승6무2패(9위)로 팀 성적도 좋지않다. 현대중공업 계열인 울산 현대와 현대산업개발의 부산 아이파크는 ‘외풍’이 덜한 편이지만 형제가의 불행에 속이 편할 리 없는 입장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축구계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deliver my deepest concern)’하면서 월드컵 축구 지원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프로배구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11년 만의 정상복귀 경사에도 불구하고 자축 행사도 열지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사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19일로 계획했던 축승회도 하루 전날 취소했다.
또 올해 남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올랐지만 서울 삼성에 4전 전패로 패한 울산 모비스도 28일 예정됐던 납회식을 취소하고 다음 달 초 잡힌 울산 지역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김수녕, 윤미진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지난 26일 검찰을 방문,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던 양궁협회는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야구단도 ‘그룹 총수’ 구속 사태가 낳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이 구단주인 KIA는 선수단 운영에 큰 타격은 없지만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IA와 형제 구단인 현대 유니콘스도 정 회장의 구속 방침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정동철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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