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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주연배우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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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주연배우 박용우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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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때, 원주민의 기분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버젓이 잘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쳐서 ‘발견’이라니….

개봉(7일) 첫 주부터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관객 180만명을 불러 모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데뷔 11년 만에 뒤늦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박용우. 사실상 첫 주연인 이 영화의 성공으로 ‘박용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작 본인은 느긋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며칠 전 (차)승원 형이 전화를 걸어서 놀리더라구요. ‘너 또 발견됐냐? 어떻게 넌 맨날 발견만 되냐’면서요.(웃음)” 사실 ‘박용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영화 ‘혈의 누’에서도 그랬고, 그에 앞서 KBS 드라마 ‘무인 시대’의 경대승 역으로 이미 ‘재발견’된 전력이 있다.

“저도 의외의 배우가 굉장히 잘 했다 싶을 땐, ‘어, 이 놈 봐라?’ 하면서도 ‘다음에도 잘 할까’ 의구심이 들죠. 그런데 또 잘 하면 그 배우에 대해 안심하게 돼요. ‘혈의 누’ 때가 ‘잘 하긴 하는데 믿을 만할까’였다면, ‘달콤…’에선 ‘이제 믿을만 하다’인 것 같아요.”

연애 한 번 못 해본 순진한 대학 강사와 남자를 넷이나 ‘도살’한 살벌한 여자의 연애담을 그린 ‘달콤…’은 순제작비 9억원의 초저예산 영화다. “이런 저예산 영화는 영화사에서 신경도 안 쓰는 대신 흥행에 대한 부담도 안 줘요. 그 장점을 살려 최대한 자유롭게 만들어보자 했죠.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고, 보통 그런 경우가 드문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제 행동과 모습과 말투가 고스란히 떠올랐거든요. 거의 처음 느낌대로 연기하지 않았나 싶어요.”

황대우라는 인물에 대한 나름의 확신 때문에 촬영 내내 감독과 티격태격 했다. “관객 입장에서 설득되지 않겠다 싶으면 감독님이 ‘이건 내 연출 의도니까 그냥 좀 따라주십시오’ 해도 ‘말이 안 된다’고 우겼어요.

다행히 스태프들이 ‘박용우 씨 해석이 더 웃긴다’고 편을 들어줘서 제 의견이 많이 관철된 편이죠.” 마지막에 미나(최강희)가 자신이 아닌 욘사마의 초상화를 그린 걸 보고 실망해 “목도리만 두르면 배용준이냐”고 따지는 장면과 첫 키스 후 친구에게 하는 “너도 키스할 때 혀 넣니? 나 넣었잖아, 얼마 전에” 같은 대사가 그의 아이디어였다.

재기발랄한 대사와 통통 튀는 천연덕스런 캐릭터로 시종 깔끔하고 세련된 웃음을 선사하는 이 영화에서 박용우는 알량한 자존심과 극도의 소심함 사이를 오가며 사랑스러운 연애 행각을 펼치는 황대우로 분해, 웃음의 80% 이상을 주도한다. 착하고 진지해 보이는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코미디가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원래는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배우를 안 했으면 자폐적으로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아주 친한 몇몇 사람 앞에서는 애교도 잘 떨고, 황대우 비슷해요. 영화를 본 제 친구들은 ‘딱 너’라고 그러던데요.”

잘생긴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았던 박용우는 요즘 다 읽어보기도 힘들 만큼 많은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있다. 1년간 단 한 건도 섭외가 들어오지 않아 조바심 쳤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개무량이다. “다음달 개봉하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이어 가을에는 지금 촬영중인 ‘조용한 세상’이 개봉해요. 이제야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을러지지 않고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을 계속한다면, 망하고 흥하고를 떠나서 꾸준히는 연기를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어요.”

영화 속 황대우와 달리 ‘7년 짜리’ 연애 경력이 한 번 있다는 그는 요즘 부쩍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 저도 결혼하고 싶죠. 어제도 친구랑 술 마시면서 ‘이제는 정말 사랑이 하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는데….” 그 순간, 둥글게 웃는 착한 웃음과 나긋나긋한 말투 사이로 ‘에?’ 하며 목소리를 꺾는 황대우의 표정이 비집고 나왔다. 웃음이 터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거 큰 일 났네. 자꾸 웃으시면 안 되는데. ‘조용한 세상’ 다음 작품이 스릴러란 말이에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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