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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장 직에 힘 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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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장 직에 힘 실려야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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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동급이다. 삼권분립 원칙과 삼부(三府) 간 견제와 균형 원칙에 의하면 동급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원칙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상응할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요 정당의 대표나 심지어 서울시장 등 핵심 지자체장 만큼의 비중을 지니는지도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 입법부 수장 불구 이름뿐인 존재

이런 회의는 국회의장 직에 대한 세간의 낮은 관심을 볼 때 더욱 커진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지자체장 입후보자들의 경쟁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언론은 며칠 간격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방선거 소식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 반면 6월 1일 시작될 17대 국회 후반기에는 누가 국회의장이 될지(누가 상임위 위원장들이 될지는 차치해도), 원 구성 문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치권 내에서는 정중동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의장 선출 협상 법정기한이 5월 24일로서 채 한 달도 안 남았으므로, 겉으로 시끄럽지는 않아도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진행될 시점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몇몇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 같지 않다. 팽팽한 상황인지라 당내 교통정리라는 관례를 깨고 여당 의원들이 무기명 비공개 투표로써 후보를 정한다고 한다. 물론 본회의 투표라는 최종 절차에서 야당 의원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쯤 되면 국회의장 선출이 상당한 사회적 관심을 끌만도 한데 영 그렇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도도 극히 미미하다. 물론 국민투표가 아닌 정치적 거래나 의원투표를 통해 선출되므로 선거처럼 높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의장 선출이 흥미를 못 끄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만큼 별로 영향력이 실리지 않는 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국회의장이 실질적인 입법부 최고지도자로서 국회 운영을 주도하고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 선출이 정치권 내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여당 내에서 쉬쉬하듯이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하원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징적 존재일 뿐인 의장을 부통령이 맡는 상원과 달리 하원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의장에 의해 이끌린다. 미 하원의장은 원내에서는 물론 정치체제 전반에서 막강한 정치적 위상을 지니며 실질적으로 의회를 대표한다. 그런 덕택에 하원의장 선출은 대선만큼은 아닐지라도 상당한 세간의 관심을 끈다.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직이므로 통상 다수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된다. 또한 일단 그 직에 오르면 정치적·법적·윤리적 스캔들로 밀려나지 않는 한 장기간 직을 지킨다. 현 해스터드 의장은 2년 임기를 4번째 연임하고 있고 과거 오닐은 5번, 레이번은 10번 유임했다. 그 밖의 대부분의 하원의장도 몇 번씩 연임하며 중요한 정치적 족적을 남겼다. 실권자가 맡아야 하는 자리로서, 원로 정치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돌아가면서 맡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 행정부 견제할 위상 강화 필요

한국 국회가 정치적 위상을 높여 행정부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으려면 수장인 국회의장 직에 힘이 실려야 한다. 내각제에선 권력이 내각으로 융합되므로 의회 의장은 점잖게 사회만 보면 되지만, 권력분립 원칙을 표방하는 대통령제에선 의장이 입법부를 이끌며 행정부와 균형을 이루도록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는 여러 방안을 강구해 국회의장 직 강화를 고민할 때다. 그래야 국회의장 선출이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보다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또 그래야 정견발표도 없고 철저히 비공개 무기명 방식의 여당 내부 약식투표로 의장을 뽑는 희한한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임성호ㆍ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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