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정유회사 대리점에 다니고 있는 정재업(42)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당초 경북 경산에 살고 있던 정씨는 주5일 근무제에 맞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농토와 가까운 대구 수성구 매호동으로 이사한 후 주말만 되면 가족들과 함께 2,000여평의 포도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화물운송업을 하고 있는 박지호(49)씨도 2001년 매호동으로 이사온 후 농사일을 겸하고 있다.
1주일에 2∼3번 트럭에 화물을 싣고 운반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경북 청도군 매전면 금천리 1,500여평 규모의 논밭을 갈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낮은 벼 대신 콩과 깨, 감나무 등을 가꾸며 더욱 바빠졌다.
주5일제가 보편화하면서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두 가지 일을 하는 ‘도농(都農) 투잡스’족이 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먹거리를 해결하고 소득도 올리려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도시 사람들이 농지보유가 늘어난 데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도시민들이 농민신분증으로 불리는 ‘농지 원부’만 획득하면 쌀농사와 관련, 보조금을 지급한다.
농협에서 비료나 농약, 영농용 기름 등을 구입할 때 면세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재 농지 원부를 얻으려면 300평 이상의 논과 밭을 소유하거나 600평 이상을 임차해 실제로 농사 짓는 사실을 확인 받아야 한다.
정년퇴임후 농사꾼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동구 지묘동에 사는 정인호(61) 오완숙씨 부부는 인근 600여평의 논과 밭에 벼와 묘목 등을 심고 있으며 부품판매업도 겸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 살고 있는 자식 남매가 가끔 고향을 찾은 후 귀경할 때 쌀 가마를 안겨주는 재미에 농사일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농가가 줄어들면서도 도시지역 주변 농가는 반대로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2005년 기준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구와 서울 부산 등 전국 7대 특별시와 광역시의 농가 수는 7만8,000여 가구로 5년 전인 2000년 말 7만 여 가구에 비해 10.9% 증가했고 농가인구도 23만5,000여명으로 2000년의 22만8,000여명에 비해 3.2% 늘었다.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는 “대도시 외곽지역은 교통과 자녀교육 여건도 좋아 마음만 먹으면 농사를 지으며 직장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농사를 짓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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