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중소 수출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등 간판 기업마저 심각한 타격이 현실화하자, 올해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올해의 환율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950원 선이 맥없이 무너지고 945.10원(25일 마감가)까지 추락하자, 930원선, 900원선 등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짜내며 원가 절감, 유로화 결제비중 및 해외생산 확대 등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는 3,000억원, LG전자는 1,000억원, 현대ㆍ기아차는 1,2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1,020원대였던 환율이 무려 80원이 가까이 떨어지자, 수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휴대폰, 디지털TV, 냉장고는 물론, 잘 나가던 반도체, LCD 분야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워낙 변동폭이 크고 하락 속도가 급격해 결재 통화 다변화 등 리스크 분산 차원의 단기 대응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환율 변동 및 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원가혁신 목표를 새로 세우고, 사업 분야별로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과 공정 및 부품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LG전자는 외환 관련 파생상품을 이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지역 수출 물량의 유로화 결제 비중(현재 50%)을 80%선으로 확대하는 한편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생산 거점 다원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도 심각하다. 글로벌 경영의 기치를 앞세워 해외 생산체제 구축에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국내 생산 비중이 70%를 넘는 상황이라 환율 민감도는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야근을 줄이고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막고 재고절감에 나서는 한편, 각 자동차 모델들의 플랫폼을 통합키로 하는 등 비용절감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포스코등 철강과 석유ㆍ화학 업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엔-원화 환율 하락으로 일본 철강 업체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가 19%의 원가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위기의식을 당부했다.
손종채 석유화학공업협회 부회장은 “유화업계의 경우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수입 자재비는 1조5,000억원 절감되지만, 수출채산성은 2조원이나 악화해 결국 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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