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시겠다구요? 그럼 이유를 설명하세요(If not, Why not).’
기업들에게 지배구조 모범규준 이행을 공시토록 하고,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왜 안하는지도 공시하도록 하는 영미식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If not, Why not) 제도.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5일 “기업 지배구조의 자율적인 개선을 위해 이 같은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도 브리핑에서 “영국과 미국의 적극적 공시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해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 마련과 맞물려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준수 또는 설명’ 제도는 영국, 미국, 호주, 독일 등 영미지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초반 주가조작 등 기업 비리가 사회문제가 되자 사외이사의 역할 등을 강조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해, 상장회사들이 이 규준을 준수하거나 또는 준수하지 못한 이유를 담은 공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한 ‘Comply or Explain’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호주는 호주증권거래소(ASX) 산하 기구에서 제정한 기업지배구조 공시규정을 기업들이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기술하도록 하는 ‘If not, Why not’제도를 실시 중이다. 독일도 ‘Comply or Explain’ 원칙이 있으며, 미국은 사베인즈-옥슬리(Sabanes-Oxley)법에 내부자거래, 기업윤리기준에 관한 정보를 기업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는 증권거래소 등이 참여한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2003년 주주의 권리 등을 규정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정ㆍ공표했지만, ‘준수 혹은 설명’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아 대기업들의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기업일수록 주가도 높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며 “기업활동에 제약을 주는 제도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도 반대할 명분이 약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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