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금 ‘총력전’ 상태다. 목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정경제부 정례브리핑에선 최근 몇 주간 한 번도 FTA 이슈가 빠진 적이 없다.
FTA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자료는 계속 쏟아지고, 매주 워크숍까지 열린다. 반대로 FTA가 달가울 리 없는 농림부 같은 곳은 입 조심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정사안에 대해 정부가 이처럼 전면적,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은 좀처럼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이유는 하나. FTA 반대물결이 예상외로 거센 탓이다. 농민 노조 등 ‘예상했던 반대세력’외에 지식ㆍ시민사회, 심지어 현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나 지지세력까지 반(反)FTA 대열에 동참했으니 정부로서도 당혹스러울 수 밖에.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고 대미 협상전략에 중지를 모으자”는 호소까지 들린다.
개인적으론 FTA를 지지한다. 한ㆍ미 FTA가 양극화를 치유해줄 장미빛 처방은 아니지만, 개방과 경쟁은 분명 더 많은 과실과 후생을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 반대 목소리는 소모적이지도, 나쁘지도 않다. 아니, 당연하고 오히려 필요하다. 한ㆍ미 FTA는 정부 말대로 국가운명을 좌우할 대사(大事)다. 여기엔 특정 이해관계 뿐 아니라, 미래 발전전략(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념문제까지 얽혀 있다. 이런 사안에 논쟁이 없고, 반대가 없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또 반대의 존재는 대외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높여주기도 한다. 반대세력이 없다면,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부의 설득력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대외적 설득, 그리고 국내 반대론자를 향한 대내적 설득이다. 둘 중 하나라도 성공을 못하면, 한ㆍ미 FTA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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