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6년 연속 최고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며 쾌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ㆍ사진) 도요타 회장 겸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 회장이 도요타의 독주를 보는 세계 자동차업계를 의식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할 정도다. 자칫 통상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오쿠다 회장은 최근 “일본이 자동차에서 독자 발명한 것은 거울을 접어넣는 장치 정도”라며 “자동차 회사들이 잘난 척 하지만 남 흉내나 내는 게 고작”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19일 ‘일본의 성장력과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그는 “특허의 대부분은 외국의 것”이라며 일본이 자체 발명한 것이 없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도요타가 이렇게 세계를 주름잡는 데도 그러느냐”며 오쿠다 회장의 발언에 놀라워 했다는 후문이다.
6월 사임을 앞두고 있는 오쿠다 회장은 종종 솔직하고 직선적인 말로 ‘잘 나가는’ 도요타를 채찍질 해왔다. 도요타 임원들은 오쿠다 회장으로부터 “길 한복판을 걸으면 고객의 얼굴이 안 보인다. 항상 길가로 걸어 다녀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낙관적 상황에서도 위기감을 놓지 말라는 의미다. 2000년에는 “적은 도요타 안에 있다”며 안주하지 말고 계속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2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 회계 기준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8% 늘어난 1조 8,00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6년 내리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순이익은 1조 3,000억엔으로 11% 증가했다.
이익면에선 미국의 GM과 포드를 이미 앞지른 세계 1위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연구개발 비용을 합리적으로 운용해 인건비 증가분을 흡수했다. 엔화 약세도 이익 증가에 한몫했다. 매출액은 12% 늘어난 20조7,000억엔을 기록, 포드(20조,8000억엔)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외를 합친 전체 생산대수는 850만 대로 10% 늘었다.
도요타를 비롯, 닛산 혼다 등 일본의 8개 자동차 업체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생산ㆍ수출 실적을 거둬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빅3와 대조를 이뤘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특히 지난해 1,000만대를 돌파한 해외생산에 힘입어 국내외를 합친 전체 생산에서 종전 최고 기록을 일제히 넘어섰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