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카피약(복제약)’ 상당 수가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 결과가 조작ㆍ왜곡된 상태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 시판되고 있다거나, 식품의약안정청이 약품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과는 다르다. 비록 직접적인 폐해는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의약 전문기관들이 임상실험에 준하는 생동성시험의 결과를 조작ㆍ왜곡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다.
식약청이 조사한 생동성 시험기관 11곳 가운데 10곳의 자료가 불일치 혹은 조작으로 드러났다. 2001년 약사법개정 후 정부는 오리지널 약(신약)과 생동성시험을 거친 카피약만 조제가 가능토록 하고, 요건을 갖춘 전문기관에 시험을 맡기고 있다. 전문가 혹은 전문기관의 자료가 왜곡ㆍ조작되었을 경우의 폐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내 35곳 전문기관 가운데 소위 유명한 곳에서 실사한 것이 이러니 카피약에 대한 생동성시험 결과는 거의 믿을 수 없어 보인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한 질책을 받아 마땅하며, 이들에 대한 당국의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식약청이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30여 제품을 조사했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번에 내부 고발로 확인했다는 점도 충격이다. 전문가의 조작ㆍ왜곡이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험기관 자료와 식약청 제출서류가 다르고, 기간 단축을 위한 날짜 조작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없다. 자료 왜곡과 기간 단축은 제약회사가 카피약을 판매하는데 결정적 요건이 된다. 시험기관ㆍ식약청ㆍ제약회사간의 검은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카피약은 생동성시험 이전에 기초검사를 하고, 성분과 함량이 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아 생산되기 때문에 시험자료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고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건강 차원에서 이런 허점은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4,000종에 가까운 모든 카피약의 시험과정을 재조사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엄정히 묻고, 모든 생동성 시험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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