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정상운영에 정부 도움이 필요하며 그 도움이 빠를수록 좋다는 점엔 공감한다. 하지만 철도공사의 책임과 의무 이행이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우리는 선(先) 자구노력_후(後) 정부보조의 원칙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정부가 지난 주말 대통령 주재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무위원 자원배분회의'를 열어 철도공사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본다.
회의가 끝난 뒤 주재자인 청와대는 “(철도공사 부채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여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철도공사는 “4조 5,000억원의 부채탕감을 위한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철도공사의 자구노력과 관계없이 모든 결손을 일단 국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라 해석할 만하다.
철도청이 자체 구조조정과 경영 합리화를 전제로 공사(公社)화한 지 1년 만에 철도공사는 우선 부채탕감만을 요구했고, 그런 태도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음은 지난 파업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정부대책 강구’ 언급을 하자 이 철 철도공사사장은 “정부가 갚아주지 않으면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로 노조는 곧 이어 불법파업을 시작했다. 집단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난에 부딪혔으나 공사는 이 과정에서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론의 힘을 업고 강경 대처하는 데만 주력했다.
그런데 불법파업자 징계를 논의하는 위원회는 노조의 폭력점거로 난장판이 되고, 철도공사 고위층의 수뢰혐의가 드러나 조직적 비리가 국무총리실의 감찰 대상이 됐다.
공사화 이전의 인사청탁이나 금품상납 혐의라 하니 최근까지 자체 점검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정부가 4조 5,000억원의 원리금을 갚아주든 이자를 대납하든, ‘철도의 공공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한 세금을 투입하려면 반드시 국민 앞에 그들의 자구노력을 정확히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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