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존댓말을 쓰든 반말을 쓰든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내 쪽에서는 아주 나이가 어린 상대에게도 말을 놓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술술 반말이 나온다.
그러더니 이상한 쪽으로 내가 경어체계에 민감해진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조카가 있다. 평소 친하게 반말을 하던 이 애가 어느 날 만나서는 느닷없이 말을 높일 때가 있다. 번번이 당황한다.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쓰는 법이라고 선생님한테 잘 배웠나 보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서먹한 기분으로, 얘가 나한테 뭐 뜨악한 게 있나 돌이켜보곤 한다.
대개 오랜만에 만날 때 그러는데, 좀 있다보면 조카 애는 어느 새 다시 반말로 돌아온다. 조카 애의 존댓말은 서먹함이 자연스레 드러난 것이지만, 친구의 존댓말은 그렇지 않다.
반말을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존댓말을 해올 땐, 나를 오해했든, 이해했지만 그걸 용서 못하겠든 필경 무슨 곡절이 있는 게다. 곡절이 있어도 떳떳하게 평소대로 말할 것이지, 짐짓 거리를 두고 거드름을 떠는 존댓말이라니! 서운함과 불쾌감으로 써늘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쏘아붙이고 싶다. “어따 대구 존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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