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로 우리 제약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국민들은 단순히 조작된 카피약을 퇴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약업계 전체를 불신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을 베끼는 데에만 매달려온 국내 제약업계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대체조제의 활성화를 위해 생동성 시험 품목 확대에만 골몰할 뿐 관리는 소홀히 한 의약품 당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작된 약 먹어도 괜찮나
생동성 시험이 조작됐다 하더라도 안전성의 문제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식약청 문병우 의약품본부장도 “복제약들은 허가할 때 오리지널 약과 주약 성분(약효를 내는 성분)과 함량이 같은 것을 확인하므로 안전성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분과 함량이 같아도 제조 방법과 첨가제 등의 차이로 체내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여부는 달라진다. 흡수율의 차이가 곧 약효의 차이다. 덕성여대 약대 손영택 교수는 “주약성분이 체내에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흡수돼 활성화하는지 따지는 것이 바로 생동성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오리지널 약에 비해 생리적 활성도가 80~125%에 해당할 경우 동등하다고 인정받는다. 문 본부장은 “조작된 복제약의 일부를 시범적으로 조사한 결과 생리적 활성도가 오리지널 약의 70~80% 수준으로 허가 기준에서 약간 미흡한 정도”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질환에 따라 이 정도의 미묘한 활성도의 차이도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 교수는 “간질약은 조금이라도 흡수율에 차이가 생기면 환자에게 어지럼증 등의 가벼운 부작용이나 발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생동성 자체가 치료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생동성 시험 제대로 되고 있나
생동성 시험 실태는 현재 밝혀진 것보다 훨씬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작이 명백히 드러난 기관은 11개 기관 중 4개 기관이지만 혐의가 발견된 기관은 11개 기관 중 10개 기관이다. 더욱이 이들 11개 기관은 국내 생동성 시험의 80% 이상을 맡고 있는 대형 시험 기관들이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는 모 대학교수가 썼다는 ‘국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실상’이 떠돌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생동성 시험은 의료기관이 아니어도 의사만 포함하면 누구나 할 수 있고, 피험자를 입원시키지 않은 채 여관에 몰아넣고 약을 먹이고 채혈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2월 한 시험 기관의 내부 고발자가 국가청렴위원회에 시험 결과 조작 사실을 고발한 일은 식약청의 이번 실태조사를 촉발한 원인이었다.
■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Bioequivalence Test)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효과가 같은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처방전에 쓰인 제품이 아닌 다른 약을 조제(대체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금까지 생동성 인정을 받은 복제약은 총 3,907개 품목이다.
■ 복제약(일명 카피약)
특허 신약의 약효 성분을 로열티를 내고 제공받아 합법적으로 생산한 약. 신약 개발사의 특허권이 사라지는 5년이 지나면 제한 없이 약품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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