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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경영 차질 우려 "제발 구속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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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경영 차질 우려 "제발 구속만은…"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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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기만 바래야죠.”

TV를 통해 정몽구 회장의 검찰 소환 장면을 지켜보던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한 직원은 “구속만은 피했으면 좋겠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정 회장의 검찰 출석이 현실로 나타난 24일 현대ㆍ기아차그룹 임직원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향후 사태추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그 동안 국내외 투자 등 중요 사안을 챙기고 의사결정도 직접하는 등 그룹 장악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만약 정 회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국내외 중요한 경영활동의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그룹측은 우려하고 있다.

검찰과 재계 일각에서는 “2003년 최태원 회장 구속 이후 SK그룹의 경쟁력이 오히려 향상되지 않았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현대차측은 이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당시 손길승 회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던 SK그룹과 정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인 현대차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당시 손 회장이 사실상의 후원자로 최 회장을 보좌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정 회장의 공백이 현대ㆍ기아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한시적인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사업 차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걱정도 속출했다.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이 무기연기된데 이어 다음달 17일로 예정돼 있던 체코 공장의 첫 삽을 뜨는 행사도 결국 미뤄졌다. 현대차측은 “정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해각서 체결이 불가능해 착공식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향후 체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설명회(IR)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현대차는 27일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을 상대로 갖기로 했던 1분기 실적 IR와 다음달 중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해외 기업설명회 모두 취소했다. 기아차 역시 28일 1분기 실적 IR와 내달 예정된 해외 IR를 취소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계열사 IR를 연기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것으로 그룹 신뢰도 저하 등 적지않은 주름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몽구 회장의 검찰 소환과 관련,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총수가 소환돼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며 “자동차 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큰 만큼 관련산업까지 피해가 확대돼서는 안되며, 정 회장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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