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50%를 오르내리던 ‘강풍(康風)’을 즐기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오풍(吳風)’에 갇혔다.
강 전 장관은 26일 “지금의 여론조사가 본선까지 이어지리란 것은 섣부른 속단”이라며 주변을 추슬렀지만 안에선 “이러다 그냥 밀리는 것 아니냐”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오 후보와는 리더십, 능력, 서민을 위한 정책 등에서 차별성이 커 충분히 역전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강 전 장관은 특히 출마선언 이후 처음으로 국회기자실을 일일이 돌며 “5월 승리는 결국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등 종전의 소극적 모습도 벗어 던졌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이 이날 보여준 자신감은 역으로 전날 경선을 통해 밴드왜건효과까지 누리는 오 후보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강 전 장관 진영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어떻게 해서든 오풍을 붙잡아야 하는데 반전의 묘수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이미지의 오 후보가 등장함으로써 강 전 장관이 그간 내세웠던 참신함 등 이미지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한 측근은 “바람은 강 전 장관이 만들었는데 정작 바람을 탄 쪽은 오 후보”라며 “강 전 장관이 오 후보보다 늦게 출마를 결심했다면 정반대의 쏠림 현상이 생겼을 것”이라고 씁쓰레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덥석 네거티브를 시도하기도 힘들다. 네거티브의 성격상 효과가 크긴 하지만 오히려 진흙탕 싸움을 조장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더구나 김한길 원내대표가 “경악할 만한 비리가 있다”고 섣불리 말했다가 호되게 당한 직후다. 강 전 장관을 대신해 우리당이 나서기도 쉽지않다. 우리당은 내심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오 후보가 경쟁자들에 의해 여기저기 상처가 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당장의 지지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당 후보답게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여기엔 강 전 장관이 가장 적극적이다. 강 전 장관은 이날도 강남ㆍ강북간 교육격차 해소 등 서울시의 고질인 교육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책보따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말이 좋아 정책선거이지 결국은 구도와 이미지 싸움”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측 선대본부장인 김영춘 의원은 “정책전반보다는 핵심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과 오 후보와의 분명한 차별화를 통해 역전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차별화의 경우 오 후보의 부드러움을 유약함으로 치환하는 대신 강 전 장관의 추진력은 대처 전 영국수상의 이미지로 연계하는 식이다. 선거기획을 맡은 민병두 의원 역시 “오 후보와는 이미지를 놓고 진검승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강 전 장관을 서민의 아픔을 보듬을 유일한 인물이란 점을 각인시킬 수 있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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