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 하락에 힘입어 엔화대출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금 같은 좋은 대출 여건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투자하는 ‘묻지마 대출’ 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엔화대출의 양대 매력포인트는 낮은(2% 대) 금리와 계속 떨어지는 환율이다. 지난주 원ㆍ엔 환율은 80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이 1,000원 대였던 지난해 초 1억엔을 대출받은 사람이 지금 돈을 갚는다면 8,000만엔만 갚아도 된다. 이에 따라 실제 국민ㆍ기업ㆍ외환ㆍ우리 등 4개 은행의 엔화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말 4,325억엔에서 지난해말 5,813억엔, 지난달 말에는 6,593억엔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유난히 변수가 많다. 지난해 말과 올 초 한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율 반등이 예상되니 대비하라”는 경고가 쏟아졌지만 정작 엔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800원 대까지 떨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현재 환율은 분명 비정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 만큼 직접 엔화를 취급하는 사업자라면 몰라도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창구에서 주의할 것을 권유해도 당장 ‘단 맛’에 ‘받고 보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한 것 같다”며 “일본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는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원화 대출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현명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에 따라 달러ㆍ엔ㆍ원화로 대출통화를 바꿀 수 있는 상품을 고를 것을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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