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충격과 함께 원ㆍ달러 환율이 폭락하면서 성장률 5% 달성의 올해 경제운용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성장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 떨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현상은 예견된 현상이다. 그러나 ‘하저(下低)’를 넘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환율 충격, 유가 충격이 위력적으로 한국 경제를 강타하면서 올 성장률이 4%대에 그치고, 내년에는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날개 없는 환율 폭락
원ㆍ달러 환율은 24일 939.80원으로 하락하는 등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급락은 세계적인 달러약세,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등 한국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요인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하강,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 등으로 달러 약세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날 환율급락을 촉발한 서방선진 7개국(G7)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이 2003년 9월 두바이 G7 회담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성명서에 ‘아시아국의 환율 유연화 필요성’이라는 표현이 언급되면서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장기적인 하락곡선을 보였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2~3개월 내 환율이 92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910원대로까지 폭락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박정우 연구원은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종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6월 915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운용 적신호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의 실제 수출단가가 하락한다. 결국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수출증가→소득증가→내수회복’의 선순환은 무너지고, ‘수출급감→소득감소 →내수 침체’의 악순환이 본격화한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도 이 같은 악순환이 심해지면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치닫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올 하반기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다른 경제연구기관들도 조만간 성장률과 경상수지 등의 경제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움직임이다.
삼성, LG 등 대부분 연구소들이 올해 평균 환율을 960원대, 유가 60달러(두바이유 기준) 내외로 보고 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전망했지만, 기본 전제가 어긋나면서 올해 경상수지와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로서도 올해 경제운용에 있어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경부는 당초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우면서 환율을 1,010원, 유가를 54달러로 전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경부의 5% 성장, 160억 달러의 경상수지 목표는 사실상 버거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올해 4%대 성장률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들어가면서, 내년 경제는 올해 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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