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25일 중단된 한일 정상회담의 속개를 또다시 주장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의 지도자들도 언급을 피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해 철저하게 무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일본측의 이런 태도는 노 대통령의 담화가 ‘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인식이 일본 정부와 자민당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전날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차관을 총리관저로 불러 한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 획정을 위한 국장급 협의 시기를 신중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좋은 예이다.
아베 장관은 한국 지방선거가 5월 말 실시되는 점을 지적, EEZ 협의가 노무현 정권의 반일 감정 고조시키기에 이용되지 않도록 협상 시기에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독도문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는 일본의 기본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은 25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주변 해역조사는 한국측의 해저지명 제안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역사문제와는 관계없다”고 독도 문제를 과거사와 결부한 노 대통령의 논법을 반박했다. 아소 장관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평소 지론을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노 대통령의 담화가 지난해 3월 시마네(島根)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했을 때 한국 정부가 발표했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철저한 사과 요구 ▦독도 영유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 추진 등 4개 항목의 대일 정책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외교적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7월부터라도 독도 해역에 대한 해양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한국측에 “새로운 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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