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의 공격을 막아라.’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이 최근 검찰 수사에 따른 경영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외국계 적대적 M&A 세력의 공격 가능성까지 대두돼 경영권 방어를 위한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4일 “지난달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순환 출자 구조를 이루는 핵심 계열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커지고 주가도 상승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상어(적대적 M&A 세력)의 침투를 막기위해 그룹 기획총괄본부 산하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며 “일단 매수세력이 누구이고, 이를 막기위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측은 현재 자동차, 모비스 등 핵심계열사에 대한 정몽구 회장 등 오너의 지분이 낮아 적대적 M&A를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라며 적지않게 긴장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지분율이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9% 밖에 안 된다”며 “특히 정 회장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자 외국 투기세력 등이 눈독을 들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그룹의 경우 현대차가 기아차의 38.67%,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18.2%,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15.03%를 소유하는 등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서로 출자하면서 정 회장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지탱해온 것. 또 현대차가 기아차의 38.67%, 기아차가 현대제철의 21.4%, 현대제철이 현대차의 5.87%를 보유,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의 또 다른 순환 출자 구조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더블 순환출자구조’를 이루는 회사 중 어느 한 회사만 장악해도 현대ㆍ기아차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 회장은 이 가운데 자동차와 모비스, 현대제철(1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이 정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졸지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최근 주가 상승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7만9,300원까지 추락했던 현대차 주가는 이날 8만5,400원으로 마감, 7.69%나 상승했다.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8만3,3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6.84% 올랐다. 현대제철은 2만6,400원에서 4만300원으로 52.65%나 급등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열연강판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M&A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ㆍ기아차가 품질 향상 및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따라 미국 일본등의 자동차업체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공백이 오래갈 경우 현대ㆍ기아차그룹에 대한 적대적 M&A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국가 경제적 의미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경영권 보호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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