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대검 중수부 상황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 대세를 이뤘다. 국가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지만 박영수 중수부장이 주재한 수사팀 전원 회의에서 “이번 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였다. 수사팀의 의견을 보고 받은 정상명 검찰총장이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2시간 동안 정 총장에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오후 언론브리핑이 두 차례나 연기됐고 채 기획관은 돌연 “결정을 하루 늦춘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공식 이유였다.
수사팀과 총장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온 것은 이 때부터였다. 검찰이 보고서도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오늘 중 총장에게 보고할 계획”이라는 섣부른 공언을 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설은 증폭됐고 ‘정 회장 불구속’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
26일 출근길에 정 총장은 “고민해 보겠다”는 말만 되뇐 뒤 입을 닫았다. 강경론을 주도한 채 기획관의 표정도 어두웠다. “모든 게 총장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이었다.
오전에 수사팀은 한 차례 회의를 또 가졌지만 ‘정 회장 구속’ 의견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후 5시 중수부장이 정 총장에게 최종 보고를 올렸고 “오늘 중으로 결정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2시간 뒤 채 기획관은 긴급 브리핑을 자처해 “6시30분께 총장이 결정을 내렸다”고 전격 선언했다. “수사팀과 전혀 갈등이 없었다”고도 했다. 밝은 표정이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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