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경북 김천시 지좌동 김천교도소 다목적 홀에서는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선율이 경쾌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멀리 5㎙ 높이의 콘크리트 담장만 없었다면 이 곳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여느 카페와 다름 없었다.
대구지방교정청이 마련한 ‘찾아가는 문화행사’에 참가한 푸른 수의 차림의 청년 재소자 300여명은 경북도립교향악단 소속 현악ㆍ금관앙상블 단원 15명이 빚어내는 선율을 깊은 호흡으로 음미했다.
대구지방교정청은 이날부터 7월18일까지 김천 안동 부산 마산 대구교도소 등 8개 산하 교도소에서 공연을 갖는다. 그 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연주회는 있었지만 정기연주회가 자리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연에서 일부 재소자는 신문을 보는 등 간혹 딴청을 부리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들을 지켜보는 직원들도 오랜만의 음악회인지라 상기된 표정이었다.
단원들은 유모레스크에 이어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에델바이스 등 클래식과 세미클래식, 영화음악, 민요 등을 연주하면서 곡이 끝날 때마다 자세히 설명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 재소자는 “매일 반복되는 수형생활에 스트레스가 컸는데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니 속이 다 후련해진다”며 “음악도 음악이지만 공연단에 묻어온 바깥 내음이 더욱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1시간여 계속된 공연은 재소자들의 앵콜 박수 때문에 준비한 곡보다 2곡을 더 연주하고서야 끝이 났다.
경북도립교향악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일부 단원들이 교도소 연주를 다소 주저하기도 했지만 재소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이젠 모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수형자들의 연령과 성향에 적합한 맞춤형 공연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선(54) 대구지방교정청장은 “이렇게 외부 문화행사를 한번 하고 나면 상당기간은 징벌방이 텅텅 빌 정도로 심신 순화에 효과가 있다”며 “내년부터 예술단체와 자매결연 등을 통해 공연 횟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천=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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