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박동기(39) 집배원은 10년째 생활이 힘든 노인들에게 사비를 털어 주말마다 빵과 우유를 배달해 왔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을 담당하는 그는 남몰래 가방 가득 편지봉투 대신 빵과 우유를 20개씩 담아 산간지역을 오르내리며 선행을 했다. 노인들에게 ‘사랑의 배달부’였던 그는 24일 우정사업본부에서 수여하는 ‘고객감동 집배원상’을 받았다.
박씨가 선행을 시작한 것은 담당 구역인 빈민촌의 아프고 왜소한 노인들을 보면서 어렸을 때 몸이 불편했던 할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빵과 우유 배달로 시작했으나 뜻이 맞는 집배원들과 함께 1999년에 ‘우정이(우체국 상징 이름) 봉사대’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매달 한 차례식 박봉의 일부를 조금씩 모아서 집수리도 해주고 도배와 장판까지 깔아주고 있다. 봉사대와 별개로 그의 빵 배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산간지역의 특성상 직접 걸어다니며 배달할 수 밖에 없어 노인들과 말벗이 되다보니 정이 들었다”며 “노인들이 먼저 물도 떠주고 국수도 삶아주는 등 더 많이 베풀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서로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까지 기억하며 가족처럼 지낸다.
그의 가장 큰 바람은 건강이다. 그는 “몸이 튼튼해야 집배원 생활을 그만두는 날까지 어려운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며 “좋아서 하는 만큼 우체국에 있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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