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우리 경제의 성적은 그래도 양호했다. 환율과 유가 충격에도 회복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아 외견상 5% 성장도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내려 앉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회복의 강도, 성장의 탄력성은 쇠락하고 있는데다 경기의 ‘배터리’인 투자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0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우리 경제는 작년 4분기보다 1.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1%대라고 해서 상당히 낮은 것 같지만, 연율로 환산하면 5.3%이다. 2~4분기에도 1.3%씩 성장만 하면 연간 성장률이 5.3%가 된다는 얘기이다. 물론 작년 2분기 1.4%, 3분기와 4분기 각각 1.6%인 점을 감안하면 1분기 1.3%는 다소 둔화됐다.
한은은 올해부터 성장률 통계를 낼 때 이처럼 전기 대비를 주지표로 삼고 있는데 이전처럼 전년동기비, 즉 작년 1분기와 비교해도 성장률이 6.2%에 달한다.
2004년 말 담배 사재기로 작년 1분기 담배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면서 성장률(전년동기비 2.7%)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작년 1분기와 비교한 올 1분기 성장률이 급증한 측면도 있다. 담배는 판매가격에서 세금과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가가치 생산액을 기준으로 한 GDP 통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어쨌든 6.2%는 2002년 4분기(7.5%)이후 최대치이다. 김병화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견조한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전분기 성장률 둔화는 경기후퇴의 신호가 아니라, 회복속도의 ‘숨고르기’”라고 말했다.
●하반기 위험징후 곳곳에
그러나 문제는 성적표의 내용. 하반기에 경기가 하강할 수 있다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분기 성장은 소비(전분기 1.2%, 전년동기비 4.7%)와 수출(각각 2.6%, 11.6%)이 주도했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마이너스이다.
설비투자는 기업의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작년 4분기보다 0.7%(전년동기비는 6.6%) 감소했다. 0.3% 감소한 건설투자는 2004년 이후 마이너스와 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비로 두 자릿수는 돼야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진입했다 할 수 있다”며 “유가, 환율 충격으로 투자가 줄면서 하반기 경기하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숨고르기’도 지나치면 숨이 멎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더욱이 유가 상승으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분기 GDP는 증가했지만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4분기보다 오히려 0.1% 감소했다. GDI는 GDP에다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실을 뺀 것으로, 실제 국민들이 손에 거머쥔 소득을 말한다.
GDI 하락은 유가는 오르고 반도체 가격은 내리면서 실질 무역손실(16조3,879억원)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의 구매력과 체감경기가 안 좋다는 반증”이라며 “하반기 지속적인 내수회복을 제약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