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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독도만 잘 지키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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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독도만 잘 지키면 될까

입력
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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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독도 수로조사 시도에 온 나라가 흥분했던 것이 멋쩍을 정도로 대치사태가 싱겁게 끝났다. 서로 한발 물러선 타협은 사태 본질에 비춰 순리를 좇은 것이다. 그러나 어리둥절한 국민도 많다. ‘하늘이 두 쪽 나도‘를 착각한 우리 외무차관의 ‘나라가 두 쪽 나도’ 발언처럼 단호한 주권수호 의지를 관철했다는 자화자찬에 덩달아 기꺼워하면 좋겠으나, 일본이 이득을 본 게임이라는 중국쪽 관전평이 애국적 국민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日 영토 공세는 전략적 '큰 게임'

일본의 도발에 대통령이 앞장서 감연히 맞선 마당에 소소한 이해득실에 집착할 건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중국 언론의 평가는 타당성이 있다. 일본은 수로조사 제스처만 취하다가 중단한 데 비해 우리는 오래 준비한 해저지명 등재계획을 연기했으니 구체적 양보를 한 셈이다.

일본은 해양조사선 두 척을 움직이고 외무차관을 보냈을 뿐이지만, 우리는 해경함정 수십 척이 경계에 돌입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국가적 소모가 컸다.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위치에서 요란하게 떠들어 일본이 바라는 국제적 관심을 부른 것도 득 될 것은 없겠다.

물론 이런 셈법을 넘어 영토수호 의지를 과시한 성과가 몇 곱절 값진 것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대통령이 과장된 몸짓을 한 것도 곁가지로 치부할 만하다. 영토 논란은 애국정서 과잉으로 흐르기 쉽고, 정치가 이를 부추기는 것을 마냥 나무라기도 어렵다. 다만 여론과 정부가 서로 애국심과 목청 크기를 자랑하다 보면, 국가 진로와 세상 흐름은 엉뚱한 곳으로 가기 십상이라는 동서고금의 냉엄한 교훈은 기억해야 한다.

무슨 소린가 반문할 이들은 사태를 독도와 배타적경제수역(EEZ) 수호 차원을 벗어나 살필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전략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이즈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언뜻 무모한 역사 논란과 영토 갈등을 되풀이 촉발하는 속셈을 미ㆍ중ㆍ일이 얽힌 3각 세력균형 게임의 틀로 분석한다.

역사기술과 신사참배 및 독도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등을 놓고 주변국과 다투는 것은 실제 얻을 게 없는 현실적 이익보다 민족주의적 반발을 노린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목적은 거대국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 통일 전망 등의 변화대세에 포위된 형국을 자초, 여론의 지지를 얻어 안보태세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일본의 행보는 모두 워싱턴과 통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미국도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동북아 전략의 중추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경쟁과 협력’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 유지 및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상호의존이 날로 커지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국 봉쇄를 표방한 냉전적 동맹에 끌어들이기는 어렵기에 중국 주변의 불안을 조성, 미국의 안정유지 역할을 확인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대만 문제에서 나란히 강경자세를 취하고, 일본이 무모한 역사와 영토 분쟁을 도발하는 것은 모두가 중국과의 ‘큰 게임’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과 직접 맞서지 않고 일본을 집중 공격하는 대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변 정세 불안이 확대돼 이른바 ‘화평발전’의 국가전략을 방해하는 것은 피하려는 의도다.

●정부가 국민 안목 좁히는데 앞장

문제는 중국과 처지가 다른 우리가 일본의 계산된 공세에 강경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 하는 것이다. 조용한 외교만으로 일본의 각성을 기대할 수 없기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소신은 애국적 여론이 듣기에 장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결국 일본과 미국이 공조하는 동맹강화 전략에 이끌려 간다면, 한때 높이 쳐든 동북아 균형자 노릇은 어떻게 할지 걱정스럽다. 국가적 행보는 우왕좌왕하면서 우리끼리 멋모르고 즐거워하는 형국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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