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연애시대’의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다. 그들 중 누구도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3인 이상의 가족을 이루지 않고, 모두 집에서 혼자 식사하며, 혼자 불을 끄고 자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가족대신 친구가 있다. 이혼한 은호(손예진)와 동진(감우성)의 친구 준표(공형진)는 두 사람의 재결합을 바라지만,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은호와 동진의 마음을 먼저 나서서 전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친구는 소통하되 서로의 삶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존재다. 반면 가족은 그들에게 상처를 준다.
은호와 현중(이진욱)은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 은호와 동진은 사산한 아이로 인해 상처만 남기고 헤어졌다. 이혼 후 은호와 ‘친구’로 지내는 동진은 재결합을 권하는 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웃고 떠드는 건 떨어져 있으니까 가능한 거야.” 그의 정의에 따르면 친구는 거리를 두고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내 삶에 들어온 가족은 언제 나를 상처 입힐지 모르는 존재다.
그래서 그들은 ‘연애’를 한다. 동진은 이혼녀 미연(오윤아)과 사귀면서 그녀의 딸 은솔에게 잠시 아빠 노릇을 한다. 그러나 둘이 헤어지자 그 관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마음에 들면 사귀고 부담 되면 헤어지는 연애는 가족만큼의 상처는 주지 않고, 친구처럼 소통은 가능한 인간관계의 수단이다. 다만 상대방이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감수하면 된다.
그래서 그들은 쿨 한‘척’한다. 동진과 은호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진심을 숨긴 채 서로에게 다른 남녀를 소개해 주기까지 한다. 그들은 언제나 소통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심을 내보이지 못한다. 진심을 털어놓지 않으면, 그로 인해 상처 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호의 말대로 연애가 아닌 사랑은 솔직해야만 완성될 수 있다. 상처를 각오하고 사랑하고 가족을 만들기에는,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그들의 삶은 지극히 안정되고 평온하다. 누구와도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견딘다면 말이다.
‘연애시대’는 왜 요즘 젊은 도시인들이 사랑대신 연애를 택하고, ‘쿨’을 필수 미덕처럼 여기게 됐는지 담담하게 짚어낸다. 솔직하지 않아도, 가족을 만들지 않아도 살 수 있으되, 진실한 소통과 사랑은 어려운 도시인의 삶의 단면. ‘연애시대’가 혼자 불을 끄고 잠드는 동진의 모습을 멀리서 잡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며 그가 참 쓸쓸한 사람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객원기자 강명석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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