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들의 어깨엔 힘이 잔뜩 실렸다.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가 취임한데다, 한명숙 총리가 여성을 알뜰하게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취임식이 있던 20일 정부중앙청사. 한 총리는 취임식에 앞서 각 부처 여성 국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취임식에 꼭 참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행정자치부 의전 담당에게 “여성들이 가급적 앞줄에 앉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리 배치를 했더니 취임식은 자연스럽게 격식이 파괴된 형식으로 진행됐다.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여성가족부. 여성부는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각 부처에 떡을 만들어 돌렸다. 게다가 차관을 지냈던 김성진 EBS부사장이 24일 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되자 여성부는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다. 여성부 관계자는 “앞으로 여성부에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 취임 후 첫 간부회의가 열린 24일 국무조정실. 간부들은 여성인력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언제 한 총리가 물어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5급 이상 여성 비율이 5.8%에 불과하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가까스로 기준치(5%)를 넘겼지만, 한 총리가 이 정도에 만족하겠느냐”며 “조만간 국무조정실에 여성인력이 대폭 충원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가시적 변화는 총리 비서실에서 시작되고 있다. 수행과장(4급)이 여성으로 임명됐고, 남성 일색이던 공관관리팀과 경호팀에도 여성을 채용할 예정이다. 공석인 공보수석과 정무수석 가운데 한 사람은 여성이 유력하다. 바야흐로 세종로에 여성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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