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엄’, 이름은 ‘마’.
여덟살에서 지능이 멈춘 ‘마흔살 소년’ 기봉이에게 엄마의 이름은 ‘김동순’이 아니라 ‘엄마’다. 때때로 ‘옴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 여인은 기봉이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자, 좋은 것이면 뭐든 구해다 바치고 싶은 지구 유일의 모나리자다.
신현준과 김수미가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에 이어 다시 한 번 ‘모자 상봉’을 이룬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언제 불러도 가슴 뭉클한 그 이름, 엄마에 관한 찡하고도 아름다운 동화다.
엄마에게 틀니를 사주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기봉이(신현준)의 이야기는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비슷하고, 장애인이 마라톤을 통해 세상의 편견에 맞선다는 주제 역시 지난해 518만명의 관객을 모은 ‘말아톤’에서 이미 한 차례 탕진된 바 있다. 하지만 ‘맨발의 기봉이’는 엄마를 향한 착한 순정으로 이 모든 기시감을 떨쳐버린다. 기봉이가 엄마를 위해 세숫물을 받아오고, 고구마를 굽고, 엄마의 사진을 찍어주는 장면들은 따뜻한 폭소와 함께 보석처럼 빛난다.
다만 다랭이 마을 이장에 재선되기 위해 기봉이를 마라토너로 만들려는 백이장(임하룡), 자기보다 기봉이를 더 아끼는 아버지 때문에 기봉이를 못 살게 구는 백이장의 아들 여창(탁재훈), 기봉이를 따뜻하게 감싸는 마을처녀 정원(김효진) 등 감초 구실을 했어야 할 조연들의 어색하고 어수선한 연기가 영화 전체의 톤을 TV 개그 프로그램처럼 만들어버린 점이 아쉽다.
영화 초반 지나치게 희화화한 것 아닌가 싶어 불편하던 신현준의 장애인 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동화되며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오아시스’의 문소리와 ‘말아톤’의 조승우가 이미 선점해 버린 자리라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호연이다.
영화는 KBS 인간 극장 ‘맨발의 기봉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7일 개봉. 전체.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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