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리는 국민의 것,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네팔 갸넨드라 국왕이 24일 “2002년 5월 해산된 의회를 복원한다”고 발표하면서 격렬한 시위가 예정됐던 수도 카트만두에 축제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야당연합이 환영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함께 시위를 이끌어온 마오이스트 반군은 ‘국왕 제안 거부’를 선언, 또 다른 분열을 예고했다.
갸넨드라 국왕은 시위 19일째인 24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공백 상태인 의회를 복원하겠다”며 “다당제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평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위를 주도해온 7개 야당연합은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최대 야당인 네팔의회당의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당수(2001년 7월까지 총리직 수행)를 만장일치로 총리에 추대했다. 25일 예정됐던 시위는 ‘축하 집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의회를 구성, 국왕의 지위를 조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새 헌법이 국왕을 ‘명목상의 지위’로 격하하거나 입헌군주제 자체를 폐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와 함께 총파업이 종료되면서 카트만두 시내 상가들은 영업을 재개했고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버스도 운행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울러 정부가 시위 확산 조장을 이유로 22일 끊었던 휴대폰 서비스도 복원되는 등 정상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야당 연합과 협력 계약을 맺고 시위에 합류해온 마오이스트 반군은 25일 “국회 복원은 국왕 지위를 지키기 위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며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 불씨를 남겼다. 공산정권 수립을 목표로 1996년부터 무장투쟁을 벌여온 이들은 전체 국토의 40%를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 이들의 대정부 무장투쟁으로 10년간 1만2,500명이 사망했다. 국왕은 지난해 2월 “마오이스트 반군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를 해체했다.
야당 연합은 이날 “마오이스트에 휴전 및 곧 실시될 총선 참가를 통한 정부 구성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마오이스트 반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