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극비리에 작성했던 한 보고서가 몇 해 전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었다. 앞으로 20년 안에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등 전 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경을 도외시한 경제발전 중심의 패러다임은 이제 더는 작동되지 않는다.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지난해 2월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우리 기업과 국가에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그린라운드는 제품 환경성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켜 급기야 국제무역의 경쟁질서를 바꾸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이 환경을 도외시한 채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기업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이 좋은 예로, 이제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경제적 성과 외에 환경적 개선 및 사회적 기여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자들도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적 위기요소에 대한 대비를 평가하고 있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성 지표를 기업 투자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 기업은 환경산업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친환경제품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대적인 ‘에코매지네이션’경영을 선포했다.
한편, 경제와 환경의 균형발전이라는 패러다임의 도래는 환경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확대시켜 주고 있다. 최근 환경산업은 정보기술 및 바이오기술의 발달과 함께 과거 폐수처리나 대기정화와 같은 사후처리 방식에서 오염 발생을 원인부터 차단하는 청정생산 및 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환경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약 1조1,000억 달러, 국내에서는 2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국내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기업 등 각계와 발맞춰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준비 중이다. 우선 핵심 청정생산기술개발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또 기업과 연구소 간의 공동연구를 지원하여 수입대체는 물론 관련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대기업의 환경경영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전수하는 이른바 ‘대ㆍ중소 그린파트너쉽(Green Partnership)’을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자원고갈의 위험에 대비해 생태산업단지조성, 재제조산업 육성 등 ‘자원순환형 경제사회’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제 ‘산업 녹색화(Greening of Industry)’ 전략의 성공 여부에 국가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산업 녹색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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