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연극이 디지털 시대의 속도전에 도전장을 낸다.
LG아트센터는 25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7시간 30분짜리 연극 ‘형제 자매들’을 5월 20, 21일 이틀간 상연한다”고 밝혔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상연되는 이 연극은 20분씩의 쉬는 시간과 1, 2부 사이 1시간 30분간의 저녁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공연시간은 5시간 20분이다.
오후 2시30분에 시작해 밤 10시에 끝나는데, 이는 국내 최장 연극 상연시간이다. 현재까지는 1990년 ‘사람들’을 7시간(휴식시간 포함) 상연한 극단 뮈토스의 기록이 국내 최장 상연 시간으로 남아 있다.
1,000석 극장에서 2회 공연으로 잡힌 이번 무대의 예매율은 25일 현재 55%. 극장 관계자는 “한달 여 남은 공연의 평균 예매율이 45~5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예매 실적”이라고 말했다.
스탈린 정권하의 집단 농장 콜호즈에서 이어가던 민중의 삶을 그리는 이 연극은 1986년 소비에트 국가 연극상을 받았다. 고르바초프의 등장, 소련 연방 붕괴, 체첸전 등 당대의 격변을 계속 담아낸 노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극장측은 2002년부터 한국 공연 가능성을 타진해 오던 중 지난해 초 연출가인 레프 도진측과 이번 무대 일정을 합의했다. 40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이 장대한 서사극을 위해 스탭진 등 모두 70여명의 인원이 함께 움직인다.
극장측은 “2001년 말리 극장이 처음 내한해 선보인 2시간짜리 연극 ‘가우데아무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연출가 레프 도진에 대한 인지도가 국내에서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연극을 감상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 공연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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