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20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아직 갈 길이 먼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양 정상은 무역 불균형, 중국 위안화 절상 등 양국간 경제 현안은 물론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인권 문제 등을 폭 넓게 논의했으나 어느 한가지에서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미 언론에서는 ‘서로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환영사 등을 통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기존의 중국 역할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늘 당사자들의 화해를 설득해 왔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당사국들이 더 유연성을 보여 북핵 6자회담 조기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6자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 뿐 아니라 미국도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데 대한 ‘좌절감을 토로’하면서 ‘북한이 미측 조치로 곤란해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여성 김춘희(가명)씨 문제를 거론하며 탈북자 처리에 대한 중국측 조치에 대해 “중국이 유엔 헌장의 의무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후 주석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또 다른 현안인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경제 및 군사적 제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나 후 주석은 이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양국간 현안인 무역 불균형 및 위안화 절상 문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2,02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으나 후 주석은 “환율문제에서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 어떤 구체적 약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 주석은 민감 품목에 대한 미국의 공산권 수출통제 정책과 자국 산업 보호주의 때문에 미국 상품이 중국에 제대로 수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역 역조의 한 원인이라고 역공했다. 회담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했다”고 말함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를 압축해 표현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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