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해방’된 곳이다. 당사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통 중국인들은 ‘해방’이라고 굳게 믿는다. ‘해방’은 좋은 것이고, 공산당이 베푼‘은혜’로 확장된다. 단어와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의식과 가치관, 바로 언어의 마법이다.
미국 진보세력의 떠오르는 이론가인 조지 레이코프 전 국제인지언어학협회장의 ‘코끼리(공화당의 상징)는 생각하지마’는 이런 언어와 인식의 틀, 의식 구조의 힘에 대한 글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세금 구제’(tax relief)로 표현한 것은 좋은 예다.‘감세’가 아니라 ‘세금(으로부터의) 구제’를 내세운 순간, 그는 바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구제’는 뭔가 좋은 일이나 정의로운 일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이에 반대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감수해야 했다. “언어는 논쟁을 지배한다” “의제를 선점하려면 먼저 언어를 사용하는 법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노동자들은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게 자신들에게 더‘이익’인 줄 잘 알면서도 왜 공화당의 ‘근육맨 아놀드’에게 표를 던졌는가, 대선에서 옳은 소리를 늘어 놓은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말 실수를 거듭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왜 패했을까 등에 대한 언어학적 해답도 내놓는다.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맞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 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 언어가 구성한 ‘프레임’(세상을 보는 정신적 구조물)에 근거해 판단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도덕의 정치’의 대중서 성격인데, 철저하게 미국 민주당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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