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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꼭두별초' 신명 지피는 대형공연, 웅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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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꼭두별초' 신명 지피는 대형공연, 웅장했지만…

입력
2006.04.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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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초연됐던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의 ‘꼭두별초’ 앙코르 공연을 보았다. 고려시대 대몽 항쟁기, 지금의 안산 지역에 속하는 대부별초 이야기를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자체 역량으로 제작한 대형 뮤지컬이다(이해제 작 황두진 연출). 규모로는 분명 대형이지만 시민단체의 협력, 지역 예술대학과의 산학 협동 등으로 제작비를 줄였다.

연극은 몽고군에게 가족을 잃은 여주인공 처랑을 중심으로 복수와 사랑의 모티브를 묻고, 유랑광대들이 호국애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국악풍의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배경으로 몽고군의 이국적인 군무, 꼭두패들의 신명 지피는 난장, 전투 장면 등의 볼거리들이 회전무대 위에서 웅장하게 펼쳐진다.

무려 130명에 이르는 출연진과 무대 인력의 양적 활용이 실감난다. 극중 몽고군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꼭두패가 사면초가를 연상케 하는 원귀 놀음을 벌이는 장면은 신선하다.

서사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극의 핵심이라 할 처랑과 꼭두패 모가비 바우, 삼별초 지휘관 홍학주 사이에 얽힌 애정과 갈등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스펙터클에 비해 드라마는 약한 편이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연극의 위세를 키우는 데 치중한 나머지 안무와 음악이 섬세한 노랫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이 주력을 기울여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의 해소일 것이다. 지방자치와 함께 극장이 시민과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몸피만 키웠을 뿐, 실질적인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하다.

‘꼭두별초’는 자기 지역의 소재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시민의 문화적 감수성에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실다운 노고가 엿보인다. 그러나 아무래도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너무 멀다.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데 꼭 대극장, 대형 공연물이어야 할까?

자립 능력을 갖기에는 요원한 우리 공연 환경 아래, 공연이 크면 클수록 국가를 대체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예술을 진두지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규모에 중독된 극장, 길들여진 관객을 위해 대형 브랜드 공연 초청 등으로 손쉽게 그 내용을 채워갈지 모른다. 이는 문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을 빛 바래게 함은 물론, 오히려 문화 향유층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문화 도시, 문화 강국을 기획하는 이들의 자세가 무작정 규모를 지향하기보다 좀더 섬세하고 조밀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장성희 연극평론ㆍ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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